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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법정으로 간 교회, 무엇을 잃었는가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11-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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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부의 갈등이 세상 법정으로 비화하는 현상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한국교회법학회와 화해중재원의 세미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시의적절한 처방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의 표면 아래에 있는 더 깊은 영적 질병을 직시해야 한다. 교회가 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불신자들의 재판석 앞에 서게 되었는가?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의 저서 『성도의 공동생활』에서 '정신적 공동체(psychic community)'와 '영적 공동체(spiritual community)'를 날카롭게 구분한다. 정신적 공동체는 인간적인 매력, 감정적 유대, 이상적인 공동체에 대한 꿈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실망과 갈등에 부딪히며, 이상이 깨어질 때 서로를 비난하고 분열하게 된다. 반면, 영적 공동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 위에 세워진다. 성도들은 서로의 장점이 아닌, 그리스도라는 유일한 중보자를 통해 연결된다. 오늘날 많은 교회의 분쟁은, 교회를 영적 공동체가 아닌 정신적 공동체로 만들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인간적인 계획과 이상이 하나님의 뜻을 앞설 때, 교회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 이 문제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너희 중에 누가 다른 이와 더불어 다툼이 있는데 구태여 불의한 자들 앞에서 고발하고 성도 앞에서 하지 아니하느냐 성도가 세상을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세상도 너희에게 판단을 받겠거든 지극히 작은 일 판단하기를 감당하지 못하겠느냐 우리가 천사를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그러하거든 하물며 세상 일이랴 그런즉 너희가 세상 사건이 있을 때에 교회에서 경히 여김을 받는 자들을 세우느냐 내가 너희를 부끄럽게 하려 하여 이 말을 하노니 너희 가운데 그 형제간의 일을 판단할 만한 지혜 있는 자가 이같이 하나도 없느냐 형제가 형제와 더불어 고발할 뿐더러 믿지 아니하는 자들 앞에서 하느냐 너희가 피차 고발함으로 너희 가운데 이미 뚜렷한 허물이 있나니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며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하냐” (고린도전서 6:1-7).

바울의 질책은 명확하다. 성도 간의 다툼을 세상 법정으로 가져가는 행위는,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지혜와 능력을 상실했음을 공적으로 선언하는 '영적 패배'다. 이는 단순히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를 넘어, 교회의 거룩성과 복음의 능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다. 따라서 교회 분쟁 해결의 첫걸음은 법률적, 행정적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교회가 그리스도 위에 세워진 '영적 공동체'라는 본질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차라리 속아주는 것이 낫다는 바울의 외침이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의 마음에 다시 울려 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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