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종교 규제, “민법 개정보다 특별법이 해법”
한국교회법학회 제37회 학술세미나
본문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과 정교분리’ 주제로
“종교의 자유 지키며 폐해 차단해야”
반사회적 종교단체에 대한 규제 방안을 둘러싼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민법 개정보다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보다 실효적이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대안이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법 적용 대상과 해산 기준,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사이비 종교의 구조적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소강석 목사, 학회장 서헌제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과 정교분리’를 주제로 제37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교회미래재단,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총연합회가 후원했으며, 최근 국회에 발의된 ‘정교유착 방지법안(민법 일부개정안)’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법적·신학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1부 개회예배와 2부 학술세미나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개회예배는 한국교회법학회 상임이사 황영복 목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이어 서울시교회와시청협의회 상임고문 송준영 목사가 설교를 전하며 “하나님의 질서와 공의는 사회 속에서도 반드시 구현되어야 하며 진리 위에 선 교회는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분별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술세미나 준비위원장 음선필 교수(홍익대 부총장)가 개회사를 통해 “오늘날 반사회적 종교단체 문제는 단순한 종교 내부의 이단 논쟁을 넘어 국가와 사회의 법질서와 직결된 문제”라며 “법과 신학이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축사에서는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 김철훈 목사와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총회장 윤호균 목사가 각각 발언에 나서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종교의 자유를 지켜내는 균형 잡힌 법제 논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2부 세미나는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재진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기조발제는 서헌제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아 ‘반사회적 종교단체 해산의 법적 논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 교수는 “이단·사이비 종교는 헌금 강요, 인권 유린, 성범죄, 자금세탁 등 다양한 범죄를 통해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쳐 왔다”며 “최근에는 정치 영역과의 결탁까지 드러나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기본권이며, 국가가 종교 자체를 판단하고 해산시키는 권한을 쉽게 가져서는 안 된다”며 “민법 개정을 통해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방식은 자칫 정통 교회까지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입법이 필요하다면 기본법인 민법 개정이 아니라 ‘반사회적 종교법인의 해산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며 “법 적용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법적 통제 아래에서 제한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특별법 제정 시 포함되어야 할 구체적 기준으로 ▲적용 대상의 명확한 한정 ▲모호한 개념 배제 ▲법원의 해산 결정 권한 부여 ▲불법 헌금 갈취 및 인권 유린 등 구체적 범죄 행위 명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재산 활용 등을 제시하며 “가라지를 뽑으려다 곡식까지 뽑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제1주제 발제에 나선 구병옥 교수는 ‘사이비 종교의 반사회성과 폐해’를 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사이비 종교는 인간 존엄을 훼손하고 가정을 파괴하며 교회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이 문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왜곡된 교리와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 문제”라며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종교단체 해산과 같은 포괄적 규제보다는 개별 범죄 행위에 대한 정밀한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는 교리 교육 강화와 건강한 공동체 회복, 전문 상담 사역 등을 통해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2주제 발제자인 정종휴 교수는 민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해당 개정안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가득 차 있어 주무관청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종교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조항은 성도들의 헌금을 강탈하는 것과 다름없는 재산권 침해”라며 “이러한 입법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불법의 지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반사회적 종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법을 왜곡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별법을 통한 정밀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3주제 발제를 맡은 권철 교수는 일본 도쿄고등법원의 구 통일교 해산 결정 사례를 분석하며 “일본의 경우 정치인 암살 사건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해산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한국은 1958년 민법 체계에 머물러 있는 종교법인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반사회적 행위에는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K-종교단체 법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서영국 목사, 지영준 변호사, 신동만 목사가 각각 지정토론자로 나서 발제 내용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들 역시 질의응답을 통해 입법 방향과 교회의 대응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세미나는 반사회적 종교단체 문제를 둘러싼 법적 대응이 단순한 규제 강화 차원을 넘어 헌법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 자리로 평가된다. 참석자들은 “반사회적 종교범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토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밀하고 신중한 입법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동시에 보호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한편, 한국교회법학회는 한국교회총연합 협력단체로서 2013년에 창립된 법무부 등록 사단법인이다. 전·현직 법학 교수, 변호사와 행정가, 저명한 교계 지도자 등 50여 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13년간 교회 분쟁의 평화적 해결, 종교인 소득과세 법률적 대처와 정착 지원, 차별금지법 입법 저지, 한국교회표준정관 제정,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교회의 역할, 종교문화 유산보존법 연구, 코로나19 대처와 예배의 자유 보장, 생명윤리와 낙태 방지, 종교교육의 자유와 사학법개정, 교회 사유화 방지와 공공성 확보, 한국선교 140주년 교회의 사회적 역할 등 수많은 과제에 대해 법적•교회적•신학적 차원의 연구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지킴이 역할에 최선을 다해왔다. 학회 학술지 ‘교회와 법’은 한국교회 최초로 교회법 분야에서 한국연구재단 최고등급인 ‘등재 학술지’로 인증받아 매년 2회 발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