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교수 “종무실 보조금, 정교분리 아닌 정교유착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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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언론협회 제1회 정책세미나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양봉식 목사(길과생명연구소)의 사회와 조성권 목사(기하성총회신문)의 기도로 시작됐으며, 노곤채 회장(뉴스앤넷)은 인사말을 통해 “기독 언론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며 함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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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서는 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김정수 교수가 ‘보조금 지원 위주의 종교행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문화 행정과 정책 연구의 관점에서 정부의 종교 지원 구조를 분석하며 “정교분리 국가에서 종무실 보조금은 오히려 정교유착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먼저 “대한민국은 헌법상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현실에서는 종교단체와 종교인이 비종교인·비종교단체에 비해 여러 특혜와 의무 면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종무실 예산의 증가 추이를 문제 삼았다. 발제에 따르면 종무실 예산은 1999년 약 27억 원에서 2026년 1043억 6000만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정부 전체 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약 9배 증가한 데 비해 종무실 예산은 약 39~40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원천징수 등을 통해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상당한 액수의 나랏돈이 종교 관련 사업에 쓰이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국민은 그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그는 종교 지원 예산이 ‘종교문화’, ‘전통’, ‘관광’, ‘역사’ 등의 이름으로 편성되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종교문화, 관광, 전통, 역사 같은 명목을 붙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종교 지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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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사례로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에 문화체육관광부가 20억 원을 지원한 점, 평창 월정사 ‘탄허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에 4억 원이 지원된 점, 천주교 광주대교구 ‘한국 레지오 마리애 기념관’ 건립에 약 26억 원이 투입된 점,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에 총사업비 176억 원 중 문화체육관광부 88억 원과 전남도·영광군 44억 원이 부담된 점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2026년 종무실 예산 가운데 개별 종교 대상 예산이 전체의 95.7%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종교별로는 불교 81.9%, 천주교 6.6%, 개신교 4.8% 순이었다. 금액으로는 불교 관련 예산이 818억 5000만 원, 천주교 66억 2000만 원, 개신교 45억 30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어떤 종교는 지원할 가치가 있고 어떤 종교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정교분리 원칙과 충돌한다”며 “종교라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고, 종교라는 이유로 배제돼서도 안 된다. 행정의 원칙에 따라 동등하게 심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종무실의 구조를 ‘공인교주의’라고 규정했다. 국가가 사실상 종교와 종교 아닌 것을 구분하고, 일부 공인된 종교에 정책적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 일제강점기 종교행정의 유산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종무실이 종교 간 화합과 행정 조정의 이름으로 존재해 왔지만 실제로는 종교단체 보조금 지원의 통로가 됐다”며 “정교분리의 안전장치가 아니라 정교유착의 제도적 창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종교행정의 역사적 흐름도 짚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종교행정의 틀이 형성됐고, 미군정기와 이승만 정권을 거치며 개신교 편향적 종교행정이 제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군사정권 시기에는 통제와 회유가 병행됐고 민주화 이후에는 통제는 약화된 반면 지원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정치권력이 당근과 채찍으로 종교를 통제했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채찍은 사라지고 당근만 남았다”며 “그 결과 종교는 통제받지 않는 거대한 권력집단화됐다”고 말했다. 또 “선거가 있는 해에 종무실 예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던 해를 예로 들었다.
질의응답에서는 종교의 공공기여를 평가 변수에서 왜 사실상 제외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교수는 “종교의 사회적 공헌이나 기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막연히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추상적 설명만으로 많은 국민 세금을 쓰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는 “공익적 기여가 있다면 그 기여가 실제로 무엇인지 국민 다수에게 독립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종무실 폐지와 종교 보조금 축소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한 참석자는 “종교단체 지원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불교든 기독교든 국가 지원에 기대지 말고 각 종교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종교단체뿐 아니라 시민단체 보조금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국민 세금은 국가 발전과 공익을 위해 적절하게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종무실 폐지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정부조직 개편 차원에서 최소한 종무실 폐지는 검토할 수 있다”며 “역사·전통·관광 자원 보존이 필요하다면 종교가 아니라 문화재와 관광 정책 기준으로 지원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말 종교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면 그 종교인들이 헌금과 후원으로 감당하면 된다”며 “국가 지원이 없으면 못 하는 사업이라면 굳이 국민 세금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가 보조금에 중독되면 본질을 잃고, 정치와 종교의 비정상적 유착이 지속되면 나라도 망하고 종교도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