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시대, 중국 미디어의 부상과 기독교적 성찰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5-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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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미주에서 들려오는 방탄소년단(BTS)의 놀라운 공연 성과와 칸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 영화 소식에 우리가 주목하는 사이, 아시아의 다른 곳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중국 고장극 드라마 <축옥(Pursuit of Jade)>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러한 인기는 일회적인 현상이 아니다. 한한령으로 한국과의 문화 교류를 단절하고 내실을 다진 중국이 아시아의 초국적 대중문화 특질들을 성공적으로 흡수하고, 그동안 집중적으로 성장시킨 텐센트, 아이치이, 유쿠 등 중국 OTT 플랫폼의 화력을 등에 업고 드디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를 내놓게 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 드라마(이하 중드)는 아시아 드라마 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로 유통되었으나, 최근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방송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드라마(이하 한드)를 통해 아시아 대중문화의 시각적 특성과 감수성에 익숙해진 세계 시청자들이 중드로 시청 범위를 넓히거나 팬심을 이동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국이 전문성을 쌓아온 숏폼 드라마의 화법과 밀도 있는 정서 표현 기술이 화려하고 밀도 높은 중국 고장극 제작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 미디어들은 현재 매우 경쟁력 있는 스펙터클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들은 집중력 높은 세로 화면으로 소통하는 틱톡 플랫폼에 올라타고, 그 알고리즘의 힘을 빌려 놀라운 기세로 글로벌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생산과 동시에 게임, 메신저, 검색 엔진 등과 연동되는 중국의 거대 복합 미디어 플랫폼들은 방대한 스토리 창고인 웹소설과 글로벌 트렌드 형성에 최적화된 동영상 소셜 미디어인 틱톡을 하부 구조로 갖추고 있다. 또한 수십 년간 형성된 거대한 스튜디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현재 가장 매력적인 장르로 부상한 것이 고장극, 즉 코스튬 드라마다. 45분 길이의 20~40회로 구성된 이 사극들은 현대 글로벌 사회 속에서 중국이 지닌 양가적 의미, 즉 새로운 패권 국가로서 위협적인 행보와 화려하고 풍요로운 역사와 문화를 지닌 문명적 매력 중 후자만을 최적화한 장르이다. 무역사적 과거 속에서 서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개입을 피할 수 있어 생산자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또한 위진남북조시대와 당·송 시대의 문화적 참조물들을 동원하고, 현대 초국적 동아시아 대중문화가 키워온 감수성과 시각문화, 그리고 한류 창의 산업의 여러 장점들을 흡수하여 최고의 스펙터클을 담은 드라마를 생산하고 있다.
<축옥>은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드라마다. 중국의 수십만 웹소설 작품 경쟁 속에서 엄선된 원작을 숏폼 드라마에서 성공을 거둔 감독이 연출했고, 그 결과 진한 감정적 건축의 장면들과 반복해서 볼 수 있는 훌륭한 액션이 일정한 속도로 배치된 완성도 높은 서사가 탄생했다.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완전히 계산된 스튜디오 조명 아래 꿈같이 따스한 눈 덮인 마을과 대형 전쟁 장면, 게임이나 만화 화면에서 걸어 나온 듯한 인물들이 화면을 채운다. 악인마저도 완전히 악하지 만은 않아서, 동아시아 미남의 원형을 구현한 듯한 남자 주인공은 문무를 겸한 송대 귀족이면서 돼지 백정인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상처 입은 남자의 복합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백정의 딸에서 전장의 영웅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파워를 지닌 인물로서 현대 사회와도 공명한다. 즉, 단순한 스펙터클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적 긴장, 운명적 사랑, 의리, 배반, 복수,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는 보편적 가치를 쫓는 인물과 스토리의 세계를 담고 있다.
고품질의 의복 디자인과 거대한 스튜디오가 재현한 시대별 궁전, 대저택, 시대성이 드러나는 마을 등에서 전개되는 고장극의 매력에 많은 글로벌 시청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반복 시청하고 있다. 한국 사극보다 크고 화려한 궁정, 대규모 군사가 동원되는 장대한 전장 장면, 수십 년간 갈고 닦은 와이어 액션을 대역 없이 아름다운 배우들이 말 타고 칼과 창을 휘두르며 수행하는 모습은 매력적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에게 이 세계는 유사한 발음의 한자어를 접하고, 당과 송대의 시구를 대화에 활용하며 붓으로 글자를 쓰는 우아한 문무 겸비 귀족들, 제사를 지내고 예를 지키며 바둑을 두고, 충절과 의리, 사랑에 목숨을 거는 익숙한 협의 세계와도 연결된다.
중국의 OTT들은 <축옥>이 보여주는 서사적, 기술적, 미학적 수준으로 쌓아둔 고장극들과 더불어, 갈등이 심한 한드 현대극들과 대조되는 잔잔한 정서와 애정을 다루는 현대극들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를 전 세계에 방송하면서 <축옥>과 같은 성공이 터져 나온 것인데, 이는 예외적인 성공으로 보기에는 이미 구조적인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었다. 2025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단기간 금지했을 때, 미국 틱톡 사용자들은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인 샤오홍슈로 몰려가 중국 대도시의 일상을 필터 없이 접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통해 발전한 중국 대도시 일상의 안온함을 매력적으로 접한 미국인들에게 중드는 과거보다 훨씬 호기심의 대상이자 경험해볼 만한 콘텐츠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 미디어의 부상은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문화 콘텐츠는 인간의 영혼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세속적인 가치와 쾌락을 추구하며 하나님을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중국 콘텐츠의 매력적인 스펙터클과 서사에 현혹되기보다, 그 안에 담긴 가치관과 메시지를 분별력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한류의 성공을 발판 삼아 더욱 깊이 있고 진리를 담은 콘텐츠를 개발하여, 세상을 향한 복음의 통로를 넓혀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는 세상의 화려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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