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정책 신뢰 회복의 시작점
김형석 기자
작성일 2026-05-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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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과세 시행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매물 잠김 해소'를 명분으로 시작되어 해마다 연장을 거듭해 온 한시적 조치의 종료를 의미한다. 시장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정부의 연장 불가 방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가 기록을 경신하는 등, 세금 부담을 회피하려는 다주택자와 급매물을 노리는 실수요자가 동시에 움직이며 막판 거래가 활발했다. 그 결과, 전국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10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대량 보유자를 중심으로 보유 주택 정리 속도가 전년 대비 2.4배 빨라지는 등 '공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충분한 예고와 정책 의지가 결합될 때 세제가 시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물론 중과세 시행 이후 단기적으로는 매물 감소와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양도세 부담 증가로 인해 매도를 포기하고 보유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인 시장 변화가 중과세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지난 4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주택 시장은 안정되지 못했으며, 규제 완화가 단기적 거래 활성화에는 기여했을지라도 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왜곡을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주택이 실거주 수단이 아닌 자산 증식의 도구로 인식되는 한, 세제 완화는 오히려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다.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시장의 진통을 감수하는 결단이 불가피하다.
중과세의 장기적인 의의는 단순히 세수 확보나 거래 억제에 있지 않다. 다주택 보유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주택 보유 행태와 시장 기대 심리를 변화시키고, 투기 수요를 줄여 매물이 시장에 꾸준히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제도의 본래 설계다. 따라서 당장의 시장 불안보다는 긴 호흡으로 정책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주택 시장 안정화는 세제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시장 안정화, 질 좋은 공공주택 확충 등은 중과세와 긴밀히 연계되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처방이 뒤따를 때, 비로소 중과세는 그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번 중과세 시행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만약 이것이 단발성 조치로 그친다면 시장은 곧 다음 유예 가능성을 점치며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다. 반면, 이번 조치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향한 일관된 정책 기조의 첫걸음임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각인시킨다면, 기대 심리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시장에 뿌리내릴 때, 다주택 투기 수요는 줄어들고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시장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4년간의 유예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단기 처방의 반복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정책 신뢰를 저하시킨다. 정책 신뢰의 부재는 다시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부동산을 투자 자산이 아닌 생활 기반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은 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부가 단기적인 시장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설계된 정책을 일관되게 이행하며, 이를 보완하는 후속 조치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때, 시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신호를 읽게 될 것이다. 이번 중과세 시행은 그 길고 어려운 여정의 담대한 시작이며, 정책의 일관성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시장 참여자 모두가 기다려온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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