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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일군 삶의 터전, 권리금 회수 기회 법으로 보호받아야

김형석 기자
작성일 2026-05-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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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신림역 인근에서 9년간 순댓국집을 운영해 온 박 사장은 최근 건물주가 바뀌면서 권리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건물주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내가 직접 장사할 테니 권리금을 요구하지 말라"는 통보를 해왔다. 박 사장은 9년간 허름한 가게를 직접 꾸미고 단골손님을 쌓아가며 일군 삶의 터전을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명확히 보호하고 있으며, 이를 방해한 임대인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신용, 노하우, 상가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길 때 받는 돈을 의미한다. 이는 임차인이 공들여 만든 '가게의 가치'를 새 임차인에게 넘기며 받는 대가로, 2015년 5월 상임법 개정으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되었다.

상임법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의 권리금 수령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규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 ▲신규 임차인에게 현저히 높은 차임·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박 사장 사례처럼 임대인이 '직접 사용하겠다'는 이유로 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네 번째 유형에 해당하며, 대법원은 임대인이 직접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따라서 임대인은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대법원은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초과하여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여전히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진다고 판시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이 최소한의 영업 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라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는 오랜 기간 쌓아온 유·무형의 가치를 임차인이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별개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권리금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먼저 신규 임차인 후보를 임대인에게 주선해야 한다. 다만, 임대인이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확정적으로 밝히거나, 임대인이 건물 인도만 요구하며 임대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주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신규 임차인 주선 없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경우,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이며, 임대차 종료일로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

모든 임차인이 권리금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며, 3기 차임 연체, 무단 전대, 임차인의 의무 위반 등 계약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하면 권리금 보호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가'는 사람이 땀으로 일군 삶의 터전이며, 권리금은 그 터전을 가꿔온 시간과 노력의 값이다. 건물은 팔리고 주인이 바뀌어도 그 가치를 지켜주는 것이 법의 역할이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자리를 지켜온 상가 임차인이라면 자신의 권리금 회수 기회가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권리금 회수를 위해서는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신규 임차인 후보를 물색하고 임대인과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신규 임차인 주선은 문자, 이메일 등 서면으로 남겨야 하며, 임대인의 거절 의사를 밝히는 발언은 문자, 녹취 등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임대차 종료 후 3년 안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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