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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으로 부름받은 교회, 침묵을 깰 때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7-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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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에서 ‘생명 수호 행진’이 6년 연속 도심 개최를 불허당했다.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생명의 존엄성을 외치는 기독교적 가치를 공공의 장에서 지우려는 세속주의의 거센 물결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비단 유럽의 한 도시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라, 오늘날 교회가 서구 문명 전체에서 마주한 영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나치 독일 시절, 독일 국교회는 히틀러의 광기에 동조하며 신앙의 본질을 내팽개쳤다. 그러나 이에 저항하여 일어선 이들이 있었다. 바로 마르틴 니묄러, 디트리히 본회퍼 등이 중심이 된 ‘고백교회(Bekennende Kirche)’다. 그들은 1934년 바르멘 선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유일한 말씀이며, 우리는 그분만을 신뢰하고 순종해야 한다”고 선포하며 국가의 우상화에 맞섰다. 고백교회는 세상의 압력에 굴복하여 침묵하는 것이 교회의 길이 아님을 피 흘려 증언했다. 그들은 교회가 세상의 권력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는 순간, 빛과 소금의 사명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역사의 한복판에서 증명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어떠한가. 세상의 가치관이 교회를 흔들고,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며, 진리가 상대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외치고 있는가. 취리히의 불허 결정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낙태 합법화 등 거대한 세속의 파도는 이미 우리 문턱까지 밀려왔다. 이러한 때에 교회가 침묵하고 개인의 구원에만 안주한다면, 이는 시대적 사명을 방기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분명히 명령하신다.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곤고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 (잠언 31:8-9). 교회는 잠들어서는 안 된다. 세상의 조롱과 핍박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고백교회의 신앙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다시 한번 성경적 진리 위에 굳게 서서 생명의 존엄성과 창조 질서의 회복을 담대히 외쳐야 한다. 꺼져가는 생명의 가치를 드높이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회복할 때, 비로소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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