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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도토리, 역사를 키우는 참나무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10-08 07:10

본문

세계는 신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평원은 포성으로 찢기고, 수백만의 난민이 정든 땅을 등지고 있다. 스페인의 광장에서는 복음의 진리가 편견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골짜기와 북녘 땅에서는 성경 한 권을 품는 것이 목숨을 거는 일이 되었다. 이 모든 비극의 파편들은 하나의 근원을 가리킨다. 바로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이 부재하거나, 거부당하는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처럼 어둡고 혼란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한 강연에서 울려 퍼진 제프 파운틴의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유럽 통합과 공산주의 붕괴의 역사를 관통하는 복음의 영향력을 역설하며, 청중에게 작은 ‘도토리’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 보잘것없는 씨앗 안에 거대한 참나무의 생명이 잠재되어 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의 말씀, 복음의 진리는 세상의 눈으로 보기에는 연약한 도토리와 같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한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고, 한 민족의 역사를 바꾸며, 문명의 물줄기를 돌리는 거대한 생명력이 담겨 있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16세기, 윌리엄 틴들은 ‘쟁기질하는 소년이 교황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삶을 불살랐다. 그는 당대의 권력과 교권의 서슬 퍼런 위협 속에서 숨어 지내며 성경을 영어로 번역했다. 그가 심은 말씀의 ‘도토리’는 훗날 영국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참나무로 자라났고, 그 나무는 다시 영미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틴들 자신은 화형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가 심은 말씀은 시대를 넘어 살아 숨 쉬며 역사를 빚어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자유롭게 성경을 읽고 소유할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자유가 도리어 말씀에 대한 무감각과 나태를 낳고 있지는 않은가. 5억의 형제자매가 말씀의 기근으로 고통받는 동안, 우리는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 한국 교회는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 손에 들린 이 말씀의 ‘도토리’를 다시금 가슴에 품고, 이 땅의 무너진 다윗의 장막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또한 핍박받는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흩어진 난민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겨야 한다. 세상의 거대한 악과 절망 앞에서 주눅 들지 말고, 우리 손에 들린 작고 단단한 말씀의 도토리가 하나님의 손 안에서 역사를 키우는 참나무가 될 것을 믿음으로 선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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