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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골짜기에서 빛을 향하여: 중독 시대, 교회의 사명을 재확인하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10-11 07:10

본문

현대 사회의 화려한 외피 아래, 중독이라는 깊고 어두운 골짜기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마약과 도박, 알코올과 디지털의 늪에 빠져 영혼의 빛을 잃어가는 이들의 신음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러한 시대적 아픔 앞에서 한국교회가 ‘한국기독교중독대책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연합의 깃발을 올린 것은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재확인하는 거룩한 발걸음이다.

교회는 본디 성인들의 박물관이 아니라 죄인들의 병원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어느덧 우리는 스스로 쌓아 올린 경건의 성벽 안에 안주하며, 성 밖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닫아왔는지도 모른다. 중독을 개인의 나약한 의지나 도덕적 타락으로 치부하며 정죄의 돌을 던지는 데 익숙했을 뿐, 그들의 상처 입은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데는 인색했다. 이번 연합 운동은 바로 이러한 자기반성 위에서, 교회가 세상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어두운 곳으로 다시 나아가야 함을 선언하는 것이다.

역사는 교회가 시대의 아픔에 응답할 때 가장 교회다웠음을 증언한다. 18세기 말 영국, 산업혁명의 그늘 아래 사회가 신음하고 있을 때 윌리엄 윌버포스를 중심으로 한 ‘클래펌 공동체(Clapham Sect)’는 노예제 폐지라는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알코올 중독, 동물 학대, 아동 노동 등 당대의 수많은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 일에 헌신했다. 그들은 복음의 능력이 개인의 구원을 넘어 사회를 변혁하고, 억눌린 자를 해방하는 구체적인 능력으로 나타나야 함을 삶으로 증명했다. 한국기독교중독대책연합의 출범은 바로 이 클래펌 공동체의 정신을 잇는 시대적 소명이다.

교회가 중독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단순한 사회봉사 활동을 넘어선다. 그것은 십자가의 복음이 지닌 전인적인 회복의 능력을 세상에 증거하는 영적 과업이다. 주님께서는 친히 이 땅에 오셔서 자신의 사명을 이렇게 선포하셨다.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이사야 61:1)

중독의 사슬에 묶인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포로된 자’요 ‘갇힌 자’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교단과 교파의 울타리를 넘어, 전문성과 사랑의 두 날개로 이들을 품어야 한다. 예방과 치유, 재활과 사회 복귀에 이르는 통합적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 거룩한 연합 위에 하나님의 크신 능력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절망의 골짜기를 헤매는 영혼들이 교회를 통해 참된 자유와 회복의 빛을 발견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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