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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기념비 앞에서,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라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10-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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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유럽의 축구 영웅 헬무트 두카담의 이야기는 한 편의 비극적인 서사시다. 그는 승부차기에서 상대의 킥을 모두 막아내며 팀에 우승컵을 안겼고, 세상의 모든 영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 영광의 정점에서 그를 기다린 것은 독재 권력의 탐욕과 잔혹한 폭력이었다. 영웅의 손가락을 부러뜨린 것은 한 시대의 어둠이었고, 그 순간 그의 모든 영광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이 사건은 비단 한 개인의 불운을 넘어, 해 아래서 인간이 쌓아 올린 모든 공든 탑의 허무한 운명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마치 영국의 시인 퍼시 셸리가 노래한 고대의 왕, 오지만디아스의 거대한 석상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사막 한가운데 부서진 채 나뒹구는 석상의 받침대에는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이다. 너희 강대하다는 자들아, 나의 위업을 보고 절망하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절대 권력자의 호언장담은 이제 끝없이 펼쳐진 모래벌판의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을 뿐이다. 인간의 역사란 이처럼 찬란한 성공과 몰락의 끊임없는 변주곡이다. 한국 교회 역시 지난 세월 외형적 성장과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이름의 기념비를 쌓아 올리는 데 몰두해 온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영광은 풀의 꽃과 같아서 그 화려함이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시들고 무너지는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영원히 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시대를 초월하여 외친다.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이사야 40:6-8). 한국 교회는 이제 세상의 성공 신화라는 모래성 쌓기를 멈추고,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반석 위에 스스로를 재건해야 한다. 우리의 진정한 승리의 기념비는 더 높은 건물이나 더 많은 교인 수가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변치 않는 믿음을 지키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거룩한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성도들의 삶 그 자체다. 무너진 오지만디아스의 석상 앞에서, 우리는 썩지 않을 영원한 나라를 소망하며 오늘의 발걸음을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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