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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바벨탑 아래, 참된 이야기와 공동체를 세우라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6-30 07:10

본문

스페인 총리의 정치적 위기와 러시아 정교회의 분열적 행보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거대한 균열음으로 가득하다. 이념과 이해관계로 파편화된 세상 속에서 인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하나의 언어, 하나의 공동체를 갈망한다.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축구라는 공통의 언어로 잠시나마 분열을 잊고, 장애 아동을 둔 가정은 조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난을 이겨낸다. 이는 인간이 얼마나 깊이 이야기와 공동체에 뿌리내린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의 힘으로 하늘에 닿으려 했던 바벨탑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하나의 언어로 뭉쳐 자신들의 이름을 내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결국 언어의 혼잡과 흩어짐이라는 심판으로 귀결되었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서사와 공동체가 가진 필연적 한계를 상징한다. 인간 중심의 이야기는 결국 또 다른 분열과 교만의 탑을 쌓을 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순절 성령 강림의 사건은 하나님의 방식으로 세워지는 공동체의 원형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언어를 가진 이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성령은 그들이 하나의 복음을 각자의 언어로 듣고 이해하게 하는 기적을 행했다. 다양성 속의 통일,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교회의 모습이다. 세상의 모든 내러티브, 이솝 우화에서 넷플릭스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이야기도 주지 못하는 구원의 참된 이야기를 교회는 소유하고 있다.

교회의 사명은 세상의 방식, 즉 더 높고 화려한 바벨탑을 쌓는 경쟁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다. 무너진 바벨탑의 잔해 속에서 길을 잃은 영혼들에게 오순절의 기적을 증거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 시대의 참된 '호페라'(만민이 기도하는 집)가 되어야 한다. 정치 이념의 대리인이 되거나 세속적 성공 신화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이들을 품는 조부모의 사랑과 같은 공동체, 떠나는 목회자를 눈물로 축복하는 성도의 진실한 교제가 살아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향해 이렇게 권면했다.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빌립보서 2:2-3). 지금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세상의 무너진 탑 아래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향해, 오직 복음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진 참된 이야기와 공동체를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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