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이고 비판적인 친구’의 길: 정죄가 아닌 사랑으로 > 논평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논평

HOME  >  오피니언  >  논평

‘헌신적이고 비판적인 친구’의 길: 정죄가 아닌 사랑으로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7-22 07:10

본문

영국 복음주의 연합이 신임 총리에게 자처한 ‘헌신적이고 비판적인 친구’라는 표현은, 교회가 국가와 사회를 향해 가져야 할 이상적인 관계를 명확히 정의한다. ‘헌신’은 국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그 안녕과 번영을 위해 기도하며 협력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반면 ‘비판’은 하나님의 공의와 진리의 기준에 따라 사회의 죄악과 불의를 지적하고, 회개와 변화를 촉구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뜻한다. 이 두 가지 가치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 교회는 그 본질적 사명을 잃게 된다.

한쪽 날개를 잃은 새가 날 수 없듯, 비판 없는 헌신은 권력에 아부하는 어용 종교로 전락할 위험이 있고, 헌신 없는 비판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무책임한 정죄와 분노의 표출로 흐르기 쉽다. 최근 타계한 앤 위더콤 의원의 삶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강한 신념을 가진 기독 정치인이 어떻게 세상에 비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의 단호한 신념은 누군가에게는 용기 있는 증언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독선으로 비쳤다. 이는 교회의 공적 발언이 얼마나 신중하고 지혜로워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교회가 ‘비판적인 친구’의 역할을 감당할 때, 그 동기는 반드시 사랑이어야 한다. 나치 독일의 광기 속에서 교회가 히틀러에게 동조하며 민족의 양심을 팔아넘길 때, 디트리히 본회퍼는 ‘고백교회’를 이끌며 저항의 길을 걸었다. 그는 조국 독일을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기에, 그 조국을 파멸로 이끄는 나치 정권의 가장 치열한 비판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비판은 증오나 정치적 야심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거대한 악에 대한 신학적 저항이자, 이웃을 향한 희생적 사랑의 발로였다. 그는 십자가의 길을 걸음으로써, 진정한 헌신과 비판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 균형 잡힌 길을 명확히 제시한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다음과 같이 권면했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에베소서 4:15).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말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교회가 세상을 향해 취해야 할 태도의 핵심이다. 진리를 말하되, 사랑의 온기로 감싸서 전해야 한다. 날카로운 진단의 칼을 사용하되, 상처를 싸매고 치유하려는 외과 의사의 심정으로 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이 땅의 진정한 ‘헌신적이고 비판적인 친구’가 되기 원한다면, 우리의 모든 비판이 주님의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스스로를 먼저 성찰해야 할 것이다.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