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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인가, 상아탑의 그림자인가: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묻는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8-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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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국립복음주의대학교(UNEV)가 설립 40주년을 맞아 기독교 고등 교육의 역할과 과제를 성찰했다는 소식은, 한국의 기독교 대학들에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한국의 수많은 기독교 대학들은 과연 설립 이념에 충실한 ‘세상의 빛’으로 기능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속적 성공주의에 잠식된 채 희미한 ‘상아탑의 그림자’로 전락하고 있는가.

문제의 핵심은 정체성의 상실이다. 많은 기독교 대학이 치열한 입시 경쟁과 대학 평가 속에서 ‘기독교’라는 정체성을 교육의 핵심 원리가 아닌, 단지 학생 모집을 위한 장식이나 교양 과목의 일부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문의 모든 영역이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통합되어야 한다는 개혁주의적 세계관은 사라지고, 신앙과 학문은 위태로운 동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결국 기독교 대학의 존재 이유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다.

20세기 지성인 C.S. 루이스는 그의 저서 『인간 폐지』에서 가치와 덕목을 가르치지 않는 현대 교육이 ‘가슴 없는 인간(Men without Chests)’을 양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하는 ‘가슴’, 즉 훈련된 정서와 인격이 부재한 인간은 유능한 기술자일지는 몰라도, 결코 참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통찰이다. 기독교 대학의 사명은 바로 이 ‘가슴’을 빚어내는 데 있다. 지식 전달을 넘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과 진리를 향한 거룩한 열망을 심어주는 전인적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

기독교 대학은 세상의 학문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반대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와 원리를 성경적 진리의 빛 아래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여, 대안적인 기독교 학문을 창출해내는 지적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 UNEV가 국가 봉사를 논하듯, 기독교 대학은 교회를 넘어 사회 전반에 기여할 기독 인재를 양성하는 책임을 진다.

성경은 모든 지혜와 지식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선언한다. “그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 있느니라” (골로새서 2:3). 한국의 기독교 대학들이 그리스도 안에 감추어진 보화를 캐내는 거룩한 사명을 재발견하고, 이름뿐인 기독교의 껍데기를 벗어던져 어두운 시대의 진정한 등불로 다시 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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