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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제단에 바쳐진 십자가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6-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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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행위를 넘어,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조국의 침략 전쟁을 '거룩한 전쟁'으로 칭하며 축복했고, 이는 십자가의 복음을 권력의 칼로 변질시킨 심각한 배교 행위다. 그의 행보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를 따르는 목자의 모습이 아니라, 로마 황제의 권위에 편승하여 자신의 안위를 도모했던 대제사장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역사는 교회가 국가 권력과 유착할 때마다 복음의 순수성을 잃고 타락의 길을 걸었음을 똑똑히 보여준다. 4세기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후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기독교는 세속적 권력과 부를 얻었지만, 동시에 핍박 속에서 지켜왔던 야성과 영적 순결함을 잃어버렸다. 교회가 더 이상 세상을 향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전락할 때, 그것은 이미 생명력을 상실한 것이다.

키릴 총대주교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교회에도 준엄한 경고를 보낸다. 이념적 갈등이 첨예한 한국 사회 속에서, 교회가 특정 정치 세력의 확성기 역할을 자처하거나, 복음의 보편적 진리보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앞세우는 유혹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목회자의 강단은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거룩한 곳이지, 정치적 선동이 이루어지는 연단이 아니다. 교회의 유일한 왕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며, 그 어떤 지상의 권력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타락한 목자들을 향해 грозно 꾸짖으셨다. “인자야 너는 이스라엘 목자들에게 예언하라 그들 곧 목자들에게 예언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자기만 먹는 이스라엘 목자들은 화 있을진저 목자들이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에스겔 34:2). 키릴 총대주교와 러시아 정교회는 지금이라도 카이사르의 제단에 바친 십자가를 되찾아와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교회는 양 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신 선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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