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담을 허무는 화평의 복음 > 논평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논평

HOME  >  오피니언  >  논평

막힌 담을 허무는 화평의 복음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10-16 07:10

본문

북아일랜드 드럼크리에서 반복되는 종교적 갈등은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분열과 증오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다. 복음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대치와 폭력은,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이는 신앙이 민족주의와 정치적 이념의 시녀가 될 때 나타나는 필연적 귀결이다.

이 어두운 소식과 대척점에,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신앙 공동체에 의지하며 희망을 찾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모습이 있다. 그들에게 신앙은 투쟁의 깃발이 아니라, 절망의 한복판에서 서로를 붙들어주는 생명의 동아줄이다. 이 극명한 대비는 우리에게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다. 복음은 우리와 타자 사이에 더 높은 담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모든 막힌 담을 허무는 하나님의 능력이다.

네덜란드의 작가 코리 텐 붐 여사의 자전적 소설 『주는 나의 피난처』(The Hiding Place)는 이 진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고 언니를 잃은 그녀는,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의 한 교회에서 간증 집회를 인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을 채찍질했던 수용소 간수 중 한 명을 마주치게 된다. 그는 앞으로 다가와 용서를 구하며 손을 내밀었다. 코리 텐 붐은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증오를 느꼈지만, 기도 끝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훗날 이렇게 고백했다. “그의 손을 잡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내 어깨로부터 나의 팔을 지나 그의 팔로, 내 온 존재를 치유하는 따스한 전류가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이 세상이 죄로 병들었을 뿐 아니라, 그 죄에 대한 처방 또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원수 됨의 장벽을 허물었다. 드럼크리의 갈등과 같이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분열은 십자가 복음에 대한 배반이다. 한국 교회 역시 이념과 지역, 세대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진정 따라야 할 길은 미움의 담을 쌓는 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사랑으로 용서의 손을 내미는 화평의 길이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에베소서 2:14-16)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