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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TV칼럼] 폐허 위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

김의선 목사 기자
작성일 2026-10-09 07:10

본문

포탄이 휩쓸고 간 우크라이나의 어느 도시, 앙상한 뼈대만 남은 건물들 사이로 찬송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삶의 터전은 잿더미가 되었고 사랑하는 이웃은 주검이 되어 돌아왔지만, 남은 이들은 무너진 교회 터에 모여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그리고 지난 한 해, 그 절망의 땅에서 무려 4만 명의 영혼이 그리스도께 돌아와 세례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소식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죽음의 권세를 이기신 부활의 능력이 오늘 우리 가운데 어떻게 역사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삶의 전쟁을 치릅니다. 어떤 이에게는 예고 없이 찾아온 질병이, 어떤 이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적 고난이, 또 다른 이에게는 깨어진 관계의 아픔이 매일의 삶을 포격하는 우크라이나의 전장과 같을 것입니다. 소망의 불씨가 꺼져가는 폐허 속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이 고통은 언제 끝나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가장 잔혹한 여성 수용소였던 라벤스브뤼크에 갇혔던 코리 텐 붐 여사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녀는 자신의 회고록 『주는 나의 피난처』(The Hiding Place)에서 그 지옥 같은 곳에서의 경험을 담담히 기록했습니다. 벼룩이 들끓는 더럽고 비좁은 막사, 혹독한 노동과 굶주림,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모든 인간성이 말살된 그곳에서 그녀와 언니 벳시는 숨겨 들어온 작은 성경 한 권을 붙들었습니다. 밤마다 몰래 모여 말씀을 읽고 기도할 때, 그들의 막사는 절망의 수용소가 아니라 빛나는 예배당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벳시는 벼룩 때문에 감사하자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합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코리는 불평했지만, 곧 그 벼룩들 때문에 간수들이 막사에 들어오기를 꺼려했고, 그 덕분에 그들이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절망의 이유였던 벼룩이, 실은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통로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폐허 속에서 감사의 이유를 발견했고, 그 감사는 어둠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크라이나의 성도들이 바로 21세기의 코리 텐 붐과 같습니다. 그들은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교회를 세우고, 찢어진 상처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흘려보냅니다. 그들이 붙잡은 희망은 전쟁이 끝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닙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죽음을 이미 십자가에서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 그 부활의 주님이 지금도 함께 하신다는 살아있는 믿음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폐허 위에서도 세례를 베풀며 새 생명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혹시 당신의 삶이 포탄을 맞은 듯 폐허가 되었습니까?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껴지는 절망의 한복판에 서 계십니까? 우크라이나의 성도들을 기억하십시오. 라벤스브뤼크의 코리 텐 붐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셨던 하나님께서 지금 당신과도 함께하심을 믿으십시오. 우리의 눈에는 절망의 이유밖에 보이지 않는 그곳에, 하나님은 이미 희망의 씨앗을 심어두셨습니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로마서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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